암호화폐에서 '거버넌스'란 의사결정 체계를 이야기합니다 

일상생활에선 사용하지도 않던 단어지만 암호화폐를 접한 뒤 많이 듣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시스템에서는 결정권자가 존재함으로 고려할 것이 없는 내용이지만 탈 중앙화 방식에선 이만큼 중요한 문제도 없습니다 

 

탈 중앙화된 체제를 유지한다면 그 체제의 의사결정 방식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비트코인의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의사 결정에 참여할 자격은 어떻게 되고 각 참여자의 결정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이것은 비트코인 최대의 화두이며 유일한 문제점입니다 

2018/09/09 - [비트코인/암호화폐 이야기] - 비트코인의 최대 문제점. governance problem

 

사실 거의 완벽하다 싶이 한 비트코인에도 거버넌스만큼은 유독 문제가 되었는데요 

비트코인의 거버넌스는 오프 체인 거버넌스라고 부릅니다 

블록체인 밖에서 합의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오프 체인 거버넌스는 나름의 절차는 있지만 명확한 의사 결정 체제가 규정돼 있다고 볼수 없습니다 

 

 

 

그 결과 BTC1 과 BTC2 로 나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명확한 룰이 없으니 안정적인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비트코인 코어와 BTC2 로 불리는 세그윗2X 버전으로 나뉘어 혼란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실질적인 체인 스플릿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분명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가져다준 사건입니다 

 

비트코인은 거버넌스가 명확하지 않음으로 합의가 매우 어려웠고 이는 비트코인 캐시의 탄생에 직접적인 이유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합의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독립해서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거버넌스는 비트코인 최대의 문제점입니다  

 

 

 

그 대안으로 태어난 것이 "온 체인 거버넌스 (on chain governance)"입니다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합의에 관련된 룰을 프로그램 내부에 심어놓는 것입니다

 

'대시'의 경우로 설명하자면 1000개의 대시를 보유하고 있으면 마스터 노드를 세울 수 있습니다 

5개의 대시를 지불하면 안건을 제안할 수 있고 해당 안건에 대해 마스터 노드들이 투표할 수 있습니다 

유효투표수가 전체 마스터 노드 수의 10%를 넘어가면 채택됩니다 

(예시: 찬성 1000 반대 400 전체 노드 수 5000개,  1000-400 = 600은 전체 노드 수의 10%를 넘기므로 안건 통과) 

 

통과된 안건에도 불만이 있을 수 있고 좋은 제안도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명확한 룰에 의해 결과도 명확해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후 온 체인 거버넌스가 탈 중앙화의 가장 큰 문제였던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오스, 테조스, 디크레드등 많은 코인들이 온 체인 거버넌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 체인 거버넌스에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1. 대부분은 투표에 관심이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가장 중요한 투표도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물며 코인은 수십수백 종의 코인들이 있고 언제 뭘 표결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코인의 거버넌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참가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전문 개발자가 아니라면야 자신의 생업도 있을 것이고 아이의 양육, 직장동료 부모의 장례식, 부모님 생일 등 여러 가지 챙겨야 할 일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어떤 코인에서 무슨 안건을 투표 중인지, 또 찬성, 반대 어떤 표를 던져야 하는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에 투표자나 선출자에게 보상을 줌으로 투표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2. 투표에 관심이 있다 한들 어떤 안건인지 알 수가 없다 

위에 대통령 선거를 예로 들었는데 대통령을 뽑는 것도 대충 이미지나 느낌으로 투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떤 공약을 했으며 어떻게 정책을 실현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물며 코인은? 훨씬 더 복잡하고 기술적인 내용들인데 안건의 내용이 아니라 '온 체인 거버넌스'라는 단어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런 고로 유명하거나 글을 잘쓰는 누군가가 자신의 의도에 맞게 투표를 유도할수도 있습니다

선동은 매우 쉽지만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디크리드 같은 하이브리드형 체인은 POW 채굴자와 POS 투표자의 이익이 상충할 수도 있다는 점이나

EOS 같은 소수 독점의 거버넌스는 단합과 부패가 쉽다는 점 등등 각 거버넌스마다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깔끔한 해결책처럼 보였던 온 체인 거버넌스도 어쩌면 오프 체인 거버넌스보다도 더 문제점들이 많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거버넌스 문제는 탈 중앙화 시스템의 해결되지 않은 난제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의 제작자 사토시가 왜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해 놓지 않고 사라졌는가에 대한 제 생각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사토시의 능력 부족, 즉 미래에 이렇게까지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서 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못 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거버넌스에 대한 룰 마져도 만들어놓고 갔다면 후대의 사람들은 감히 사토시의 룰을 바꾸려 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블록 크기 변경에 대한 안건도 합의가 어려운데 헌법에 가까운 거버넌스는 더더욱 손대기 힘들었을 것이 자명합니다

 

시대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법이 아니라 한번 새겨지면 변해서는 안되는 신앙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토시는 거버넌스만큼은 확정시키지 못하고 떠난 것일 수 있습니다 

종교를 창시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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